파이란 백란, Failan, 2001

감독 : 송혜성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무작정 고모가 살고 있는 한국을 찾아온 화랑이지만 이모는 캐나다로 간 지 오래고 갈 곳이 없어진 화랑은 불법체류 때문에 취업조차 쉽지 않다는 데 절망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화랑은 단 한 장의 사진으로 마주한 남자를 남편으로 받아들인다.

가게에 팔릴 위기를 가까스로 모면한 파이란은 시골 작은 세탁소에 취직해 남편의 친절한 보살핌 속에서 한국에 정착하기 위해 언젠가 남편을 만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으로 외로움을 참으며 끈질기게 살아갈 것이 틀림없다.

그러나 파이란의 바람과 달리 찾아온 병마 파이란은 자신을 판 소개소를 찾아가 몸값을 유예해 달라고 부탁하지만 뜻밖에 남편을 찾는다.한 번도 대면하지 못한 남편과 마주하는 상상으로 떨리는 마음을 다잡지만, 이때 들이닥친 경찰에 의해 붙잡히는 남편을 바라보며 망연자실한다.

별볼일 없는 삼류 깡패로 살던 강재 친구 살인죄를 대신 뒤집어쓰는 조건으로 거액의 돈을 손에 넣고 몇 년 뒤 고향으로 금의환향할 계획을 세우던 중 화란의 죽음 소식을 듣게 된다.돈 몇 분 만에 위장결혼했을 뿐인데 뒷정리까지 맡게 된 강재는 자신과 결혼해준 강재씨가 가장 친절하고 고마웠다는 화란의 편지를 읽고 통곡한다.

자신과 결혼해준 강재와 언젠가 재회할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누구도 의지할 곳 없는 혈혈단신으로 어려움을 이겨내며 살아온 화랑과, 누구에게도 인정받지 못한 채 하찮은 존재로 살던 화랑의 만남으로 비로소 누군가에게 소중한 존재가 되었음을 알게 된 강재의 이루지 못한 슬픈 사랑이 가슴 아프고 애틋한 장백지와 최민식의 열연으로 완성된 영화에서 자신의 죽음을 예측하지 못한 채 화랑의 모습이 담긴 비디오를 보며 환하게 웃는 강재의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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